절망 속에 찾아야 할 것은 희망이 아닌 용기다.

 이요철 (주)아레테교육연구소 대표

「어금니 아빠의 행복」이라는 책은 10여년 전 MBC TV '닥터스'와 SBS TV '김미화의 U‘등에 방송되며 어금니 아빠로 알려진 이영학씨의 이야기다. 당시 이영학씨는 전세계에 6명뿐이라는 희귀병 ’거대백악종‘에 걸린 딸과의 사연이 각종 미디어에 소개되며 절망속에서도 아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젊은 아빠의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을 눈물짓게 했다.

그런데 추석 연휴 끝 무렵, 그는 또 한번 충격적인 모습으로 대중들 앞에 서서 사람이 때에 따라서 얼마나 이중적인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이영학씨는 중학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하는 끔찍한 사건을 벌였다. 매스컴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그의 이중생활을 접하며 글을 다 읽기도 전에 고개를 돌리고 싶다.

왜 이런 사건이 반복해서 일어나는가? 이는 21세기 대한민국만의 문제일까? 강력한 처벌이 해법일 수 있을까? 서민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이 날로 가중되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불신풍조와 분노, 절망, 불안, 무력감 등의 집단적인 심리적 병리현상에 빠질 지도 모른다.

소크라테스의「철학하는 인간의 힘」(천년의상상)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을 통해 필자는 중장기적 해법을 찾아보고 싶다. 플라톤 철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국가론>에는 ‘동굴의 우화’ 가 등장한다.

나면서부터 동굴의 벽을 향해 몸이 고정되어 등 뒤에 있는 횃불로 인해 벽에 생기는 그림자만이 보이는 것의 전부이며 그것이 실재라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동굴에 갇힌 사람들 중 누군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뒤를 돌아보고 자신이 지금까지 봐왔던 것이 그림자였음을 깨닫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밝은 바깥세상은 눈이 부셔 잠시 괴롭겠지만 그는 동굴 밖으로 나갈 것이고 진실을 알게 된 기쁨을 느낄 것이다.

동굴 밖으로 나온 사람은 홀로 밝고 따스한 태양(진리, 앎) 아래 즐거움을 만끽할 수도 있었지만 동료들을 떠올리고 그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동굴로 향한다.

진리를 깨달은 사람은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닌 함께 행복을 누리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플라톤은 역설하고 있다.

가을이 되면서 몇몇 자치단체에서는 연예인과 유명인사들을 초청하여 선심성 행사를 치르느라 바쁘다. 내년 선거에서 표심을 얻고자 일회성 행사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2의 어금니 아빠 사건을 막으려면 지역 내의 소년소녀 가장과 독거노인, 박스와 신문지를 이불 삼아 살아가는 노숙인들, 심각한 취업난으로 애타하는 청년들에게 성공이 아닌 '의미 있는 삶'을 위한 교양교육을 제공하는 중장기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다시 동굴의 우화로 돌아와 동굴 속의 많은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다시 동굴 속으로 들어간 사람은 거짓을 말한다며 오히려 비난을 받을 것이다.

우리 과거를 돌아보면 많은 사람들을 묶어놓고 ‘그들’이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만 보도록 만들면서 그것을 참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했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진실을 꿰뚫어보는 혜안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