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의회에 지원되는 예산이 1년에 18억원 정도 된다. 적지 않은 돈이다. 혈세가 아깝다면서 시의회 무용론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시의원 한 명, 한 명이 정치적인 명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조변석개(朝變夕改)라는 말이 있다. 아침에 바꾼 것을 저녁에 고친다는 뜻이다. 당동벌이(黨同伐異)란 말도 있다. 이익집단 끼리 모여서, 다른 편은 배격한다는 뜻이다.

지금 광명시의회의 행태가 이와 다르지 않다. 어제의 이야기와 오늘의 이야기가 다르다. 당적(黨籍)은 있지만 정체성은 휘발되고 없다. 오직 이해관계에 따라 합종연횡 하듯 이편, 저편을 넘나들면서 상대편을 저격한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아군이 되고, 오늘의 아군이 내일의 적군이 된다. 그러는 사이에 교언영색하면서 정교할 것 같은 논리를 앞세우지만 행적을 쫓아가다 보면 궁색해지고 만다.

지난 12일(월) 복지건설위원회 “자동차 안전점검 및 정비지원 조례안”  심사에서 김익찬 의원은 조례안을 강도 높게 반대했다. 김 의원은 지난 9월 2일(화) 상정된 동일 조례안에 대해서도 앞장서서 반대하여 부결시켰다. 그리고 반대토론을 통해 “특정단체(경기도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 광명시 지회)가 하는 봉사활동(무상점검)에 예산지원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이러한 조례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제정돼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2일(화) 복지건설위원회 도시교통과 행정 감사장으로 돌아가면 전혀 뜻밖의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김익찬 의원은 당시 질의를 통해 경기도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 광명시지회가 시행하는 무상점검이 시보조금보다 자체 부담금이 훨씬 많다면서 예산을 늘려줄 것을 담당과장에게 부탁했다. 또한, 2015년도 무상점검 예산이 2,000만원으로 상정되어 있어 부족하니 “1,000만원을 2차 추경으로 편성해 달라”는 요구까지 한다. 그러고 나서 “저희들이 적극적으로 도와 줄테니까요. 알겠죠?”라면서 은근한 부탁을 한다. 당시 이 단체의 회장으로 있던 이영호 의원은 김익찬 의원이 얼마나 고마운지 “좋은 말을 해주셔서 김익찬 의원에게 감사드린다”라는 말까지 회의록에 남겼다.

이런 행태는 새누리당의 이윤정 의원도 마찬가지. 이윤정 의원은 지난해 12월 11일(목) 진행된 2015년도 도시교통과의 “광명역세권범시민대책위원회”의 예산심의와 관련하여 “KTX광명역 활성화는 KTX광명역 홍보팀에서 하면 될 것 같다”면서 “범시민대책위원회의 실질적인 본업이 불명확하고, 단체의 사무국장으로 계시는 분이 선거 관련해서 말이 오르락내리락 한다”는 이유를 들어 예산 삭감을 주장했다.

그러나 10개월이 흐른 후 이윤정 의원은 갑자기 범대위 전도사가 되었다. 이윤정 의원은 2일(월) 실시된 2015년 12월 31일로 만료되어 폐기되는 “광명역세권 활성화 범시민 대책 위원회 설치 및 지원 등에 관한 조례”을 대신하여 제정안이 올라온 “KTX광명역 교통/물류 거점 육성 범시민 대책위원회 설치 및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심사에서  조례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윤정 의원은 “많은 시민 분들이 KTX광명역 활성화를 통해서 광명시가 베드타운의 이미지를 벗어나 좀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조례를 통해서 광명역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뚜렷한 이유 없이 입장을 바꿨다.

어제의 아군과 적군이 서로 뒤바뀌는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해서 몇 몇 호사가들은 말한다. 내년 총선과 관련하여 당과 관계없이 적군과 아군을 만들면서 발생한 일이라고. 그래서 야당이 여당이 되고, 여당이 야당이 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정치의 도의(道義)가 땅에 떨어진 시대라 해도 이런 이야기는 소문과 말 만들기를 좋아하는 호사가들의 상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면 시의원들이 조례와 예산에 대해 아무리 현란한 논리와 정당성을 들어 심의하고 주장하더라도 아무도 믿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감과 환멸감만 키우는 행위이다.

적어도 시의원들은 자신들의 입장이 바뀐 이유에 대해 공개적으로 SNS 등을 통해 밝혔으면 한다. 낯 빛 하나 바뀌지 않고 교묘한 논리로 말을 바꾸는 것은 부끄러운 짓이다. 모든 정치적인 행위에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