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기간'이라는 말이 있다. 신혼부부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다가 만나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기간에는 신혼부부에게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을 자제한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장들도 마찬가지다. 재선, 3선이 아닌 초선일 때는 일을 못해도 허니문 기간을 준다. 그 주체는 시민들이 그렇고 언론도 그렇다.

경기도의 중소도시 광명에서는 전임 양기대 시장에 이어 초선의 박승원 시장이 취임했다. 그리고 조금 후면 취임 100일을 맞이한다. 박 시장 취임 후 지역내 여론과 시민단체는 대체로 조용했다. 허니문 기간을 준 것이다. 대체로 6개월을 생각했다. 그런데 3개월 남짓한 기간이 흘렀는데도 이 기간이 무척이나 길었다는 생각이 든다.

34만 광명시민이 박승원이라는 사람을 시장으로 선출한 이유는 무엇인가?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인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또한 개혁과 혁신을 원해서 광명시민은 박승원을 시장으로 선택한 것이다.

'인사는 만사'라는 말이 있다. 지난 9월 17일자로 박 시장의 첫 정기인사가 있었다. 첫인사를 보면 향후 4년의 청사진이 보인다.

그 어떤 부서보다 독립성이 보장돼야하는 감사실에 대한 인사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공공감사에 의한 법률'에 의하면 30만명 이상의 지자체는 개방형직위의 감사실장을 채용하여 독립성을 두고 감사를 청렴하게 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감사실장이 임기 중에 본인의 의지로 감사실장을 그만두면, 모집공고에 의한 채용을 해야 한다. 그러나 광명시는 이런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전임 감사실장이 타 부서로 전보조치된 후 공모절차 없이 공무원인 현 감사실장을 인사발령했다. 그리고 언론에서 문제 제기를 하자 9월 20일자로 모집 공고를 했다.

시청 내부에서조차 감사실장에 대한 인사에 대해 "좌천이다", "보복성 인사"라며 인권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또한 일부 국장들이 '9.17 인사'에 대해 반발했고, 심지어 내년 1월 국장진급 1순위인 모 과장이 '9.17 인사'에 대해 박 시장에게 직접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사태가 불거졌다.

공기업 인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광명도시공사는 태생부터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시장 측근들의 일자리를 위해 공사를 만든거냐?", "구조적으로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다" 등등. 그러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 2년 연속 공기업경영평가 최하위인 '라', '마' 등급을 받았고, 제1대, 제2대 공사 사장은 불명예퇴직했다.

그래서 제3대 도시공사 사장의 자리는 전문성과 경영마인드가 있는 인사를 임명해야 함에도 불구, 신임 도시공사 사장은 전임 사장의 사표제출이 있기도 전에 '내정설'이 불거지는 등 말이 많다가 결국 하마평의 중심에 있던, 박 시장과 같이 더불어민주당 도의원 출신에 인수위원회격인 광명시 시정혁신기획단 단장을 지낸 김종석 전 경기도의원이 임명됐다.

광명시의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는 이미 내정돼 있기에 무난하게 임명될 것이라고 보았던 시의원들의 거센 질의가 있었다. "정치를 계속하시지 왜 지원을 하셨느냐", "이쪽 전문가는 아니시죠?", "사장 취임시 공정하고 투명하게 인사채용을 하겠다고 했는데 본인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후보자가 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등등 사전내정설 및 낙하산 인사에 대한 질책이 이어졌다.

심지어 시의원들은 집행부측을 향해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심사한 심사평가표를 공개할수 있느냐. 추천위원 명단을 공개할 수있느냐"면서 인사추천위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반응도 보였다. 박 시장과 같은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 마저 이구동성으로 김종석 전 도의원에 대한 도시공사 사장의 임명은 잘못됐다고 거세게 반대했는데 임명은 강행됐다.

도시공사 외에도 앞으로 진행될 광명시청소년재단 대표 선임 역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공개모집 공고가 공개되기도 전에 이미 "청소년재단 대표는 박승원 시장의 후보시절 캠프에 있었던 모 인사가 임명될 것이다"라는 말이 지역에서 거론되고 있다. 6만여명의 청소년과 34만 시민을 우롱하는 인사가 될 것인지 앞으로 두고볼 일이지만 박 시장의 인사스타일이 걱정이다.

인사의 기본은 전문성, 경영능력, 책임감 등이다. 시장이 경선기간이나 선거기간 중에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사례를 하거나 감사함을 표시하면 된다. 시장 재임중에 자질과 전문성도 없는 사람을 광명시민들을 볼모로 산하기관의 대표 또는 실무를 책임지는 사무국장 등에 임명한다면 그 조직은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것이며 그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광명시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박승원 시장은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