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가 “오리서원”을 둘러싼 조례 때문에 시끄럽다. 급기야는 조례 해석을 둘러싸고 김익찬  시의원이 자당의 현직 시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김익찬 시의원은 "오리서원 위탁을 위해 오리기념관과 관련된 조례를 적용하면 동조례 제 17조(위탁운영) 제 ⓵항의 위탁자격에 영리법인이 포함되지 않으므로 영리법인인 (주)다산아카데미에 위탁을 준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광명시는 오리기념관의 역할과 기능이 상실되어 오리서원이라는 이름으로 리모델링했기 때문에 “오리 이원익 기념관 설치 및 운영조례”를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광명시 사무의 민간위탁 촉진 및 관리조례”를 근거로 오리서원에 대한 위탁공고를 내고 위탁사업자를 선정하게 되었다고 항변한다.

광명시의 항변은 옹색한 부분이 있다. 오리서원은 2013년도 7월에 오리기념관을 리모델링한 후 광명문화원을 위탁자로 선정하여 2년 동안 운영하고 있었다. 2013년 6월에 위탁공고를 낼 때에도 오리기념관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다. 뿐만 아니라 2015년 예산항목에도 오리서원이 아닌 오리기념관 운영의 항목으로 예산서가 작성되어 있다.

설령 광명시의 주장이 맞다 해도 지난 2년 동안 성격과 역할이 바뀐 기관을 운영하는데 기초가 되는 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실제로 “오리기념관 설치 및 운영조례”를 읽어보면 현재 운영되고 있는 오리서원과 괴리되고 충돌되는 조항들이 다수 존재한다.

어쨌든 이미 2년 전에 “오리기념관 설치 및 운영조례”는 폐기되고 “오리서원”과 관련된 조례로 새롭게 제정되거나 전면 개정하는 게 맞다.

그렇다면 왜 광명시는 지난 2년 동안 조례를 제정하거나 전면 개정하지 못했을까?

양기대 시장체제가 되면서 대폭적으로 늘어난 직접 사업들에 대해서 살펴보면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오리기념관 조례 때문에 문제가 된 문화관광과를 예를 들면, 그동안 행정부서는 직접 사업들을 자제하고 문화기관들을 지원하고 관리감독 하는 업무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지역의 문화기관들을 발굴하여 돈을 지원하고, 그들이 법이나 조례에 위반하지 않고 사업을 제대로 하는지 관리/감독하는 일이 행정부서의 주된 업무였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기관들의 자그마한 사업이나 행사에도 해당 공무원들은 꼭 행사에 참석하여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꼼꼼하게 체크하고 현장의 소리를 들으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지금 공무원들은 그럴 여력이 없다. 문화관광과에서 직접 돈을 내려보내지만 관리/감독은커녕 각 기관에서 어떻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각 기관에서는 해당 공무원들이 기관의 사업에 관심이 없다고 볼멘 소리를 하기도 한다.

공무원들이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2015년도 문화관광과에서 각 기관에 보조금을 내려주는 것외에 부서에서 직접하는 사업들만 봐도 숨이 턱 막힌다.

2015년도 문화관광과 사업의 내용을 보면 ▷ 청렴인성교육프로그램 운영 ▷ 업사이클링 센터 운영 ▷ 기형도 26주기 추모 문학제 운영 ▷ 기형도 문학관 건립 ▷ 찾아가는 즐거운 음악여행 ▷ 웃음이 있는 콘서트 ▷ 기획프로그램 공연 등 광명시의 양대 문화기관인 문화원이나 예총보다도 사업의 내용도 많고 예산도 많은 편이다.

그러니 공무원들이 각 기관을 방문하여 사업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점검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사업예산을 짜고, 진행자를 섭외하고, 홍보 팜플렛과 리플렛을 만들어 참가자들을 모집하고, 행사 큐시트를 작성하는 작업들만 해도 산더미이다. 심지어는 휴일에도 문화관광과 공무원들은 단체T-셔츠를 곱게 차려 입고 나와 시민회관에서 공연 관람하는 시민들을 안내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각 기관들이 법이나 조례, 각종 규정과 규칙에 맞추어 사업을 제대로 하고 있는 지 관리/감독하고, 사업을 진행하는데 애로사항은 없는지 지원하는 역할은 언감생심이다.

이러다 보니 사업은 많고, 실적은 나는데 곳곳에 제도적인 허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오리서원 조례에 대한 논란도 이런 맥락을 따지고 들어가면 이해가 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공무원들은 실적에 쫓기기 시작했다. 민간의 자율과 창조성, 전문성을 믿지 못하고 공무원들이 전문가가 되어 직접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돈을 지원하고, 법과 조례를 따지는 일들은 졸렬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티가 나지 않고 욕만 먹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일들을 공무원들이 하지 않으면 누가 해야 할까?

물론 몇 몇 공무원들은 관내 기관들의 전문성과 능력을 따지기도 한다. 그들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직접 공무원들이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조직은 인내심을 가지고 그들이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리/감독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게 행정기관의 역할이다.

마지막으로 참여정부 시절 초대 문화부 장관이었던 이창동 장관의 취임사를 되새기면서 도대체 행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

“이러한 방향으로 가기 위한 첫 번 째 과제 또는 목표는 문화예술, 체육, 관광 등의 각 분야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각 분야에서 스스로 고민하고, 의견을 모으고, 자신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만들어 집행하도록 하며 정부는 지원만 할 뿐 민간에 권한과 책임을 대폭 넘겨주는 것으로 제도를 바꾸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말은 쉽지만 매우 어려운 과제라는 사실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현재 각 분야의 현장에 그만한 자율성을 갖추고 있는가, 또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가 살펴보면  사정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합니다. 각 분야마다 온갖 갈등과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있으며, 자율적 논의를 하고 의견수렴을 할 수 있는 토양도 사람도 부족한 것이 솔직한 현실입니다. 아마 숱한 어려움과 좌절을 겪을 것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부터 우리는 그 일을 해야 합니다. 정부가 분명히 그런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점을 알리고, 그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기간 동안 비효율과 시행착오가 드러나더라도 정부는 인내하고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