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다운 어른, 리더다운 리더가 그리운 시대

 이요철 (주)아레테교육연구소 대표

앞으로 우리가 맞이하게 될 세상은 정직하고 바르고 투명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삶의 형태는 과거에도 현재도 중요한 덕목이었다.

그러나 과학기술과 문명이 발달할수록 사람들 안에 해결되지 않는 근본문제가 심각해져 가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현대인들은 무력감, 불안감, 절망감으로 인한 깊은 ‘삶의 시련’ 즉 키르케고르가 말한 ‘죽음에 이르는 병’을 앓고 있다. 그래서 모두가 사람다운 사람, 존경할 만한 사람과 공동체를 찾고 있다. 정직하고 바르고 투명한 사람과 공동체와 관계 맺기를 바라는 것이다.

― 어떻게 바르고 투명한 삶을 살 수 있는가?

‘법이 왕’ 루소는 바른 삶은 단순하며, 법칙에 의해 살면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법’은 합리적이고 절대불변의 기준이기도 하나 그 근간이 되는 고대 함무라비 법전과 성서의 율법은 ‘노예보호법’과 ‘고아와 과부, 나그네와 병든자를 위한 사회보장제도’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자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연민과 동정의 마음을 품고 그들을 찾아가는 자를 세상이 찾고 있다. 이것이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진정한 지혜로운 삶, 즉 '프로네시스'(그리스어: φρόνησις, phronesis)다.

유난히 길었던 올해 추석연휴가 끝났다. 연휴 며칠 전부터 거리 곳곳에 각 정당과 국회위원들의 현수막이 내걸리기 시작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연예인을 동원한 문화 행사를 하기도 한다. 아마도 지방 선거를 앞두고 적극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위함일 것이고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시대에 필요한 리더, 우리의 마음에 귀 기울이고, 불안과 절망 속에서 참된 용기를 발휘하며 살아가도록 만드는 그런 어른다운 어른을 찾고 있다.

그렇다면 한 사람의 인격이 드러날 때는 언제일까? 그 사람의 적, 그를 배척하는 사람을 대할 때의 언어와 행위 속에서 숨겨왔던 인격의 참모습이 나타난다.

▲ 소크라테스의 죽음(다비드 작품)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드는 순간의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철학서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아테네의 재판에 회부된 소크라테스의 법정 변론서로 소크라테스가 사형된 후 플라톤이 집필한 법정변론의 재현 형태로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나를 파멸시키는 것은 나를 고발한 멜레투스도, 아니투스도 아닙니다. 그것은 남을 헐뜯는 말과 타인에 관해 품은 나쁜 감정(편견과 악의)입니다. 부정적인 말과 감정은 과거에도 선량한 이들을 수없이 파멸시켰습니다. 앞으로도 그러리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 해악이 나와 더불어 그치게 된다면 조금도 해로울 것이 없겠지요.”

이러한 해악이 멈추어지도록 모든 이를 하나로 만들어주는 자가 진정한 정치인이자 사회의 리더가 아닌가! 지도층이 자신의 적과 반대자들을 외면하고 지지자들을 모아 뒤에서 끊임없이 헐뜯고 비방한다면 그런 나라는 망하는 법이다.

연휴기간에 내건 현수막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각종 행사를 통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애쓰기보다 추석연휴에 상대적 박탈감에 힘들어 할 어려운 이웃은 없는지 살피고 그들을 위한 행사를 기획하는 지역리더들이 그립다.